이소 에세이

3월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받은 서각품 '빈처'!

받는 순간 이 글귀가 '이소'의 상담 지향점을 생생하게 해 놀라웠다.

이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뜻 외에 노자의 '도덕경 6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으니, 이를 가리켜 신비한 암컷(빈牝)이라 한다.

  이 신비한 암컷의 문을 하늘과 땅의 뿌리라 일컬으니,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지나,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綿綿若存, 用之不勤. 

빈(牝)이라는 글자를 노자는 도(道)의 속성을 설명하는 적절한 글자로 쓰고 있다. 

마치 빈(牝)은 하늘의 기운을 받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는 땅이며,

아버지의 뜻을 받아 아이들을 키우는 포근한 엄마이며,

한 남자를 더욱 성장시키는 동반자로서의 여자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기운을 나아가게 하는 물러섬이며,

모든 움직이는 만물의 쉼터가 되는 빈 공간이다. 

그 물러섬은 지경을 모르기에 현묘(玄妙)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소'는 이러한 빈처(牝處)이기를 감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