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 에세이

왜 그림자 작업을 해야 하는가?

  의식이 발달하면서 인간들은 처음 의식을 낳아서 키우고 있는 마음의 토대이며 뿌리인 근원━우리가 무의식이라 부르는━을 잊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눈으로 잘 보고 인지할 수 없으며 대개 상징의 모습을 띠거나 혹은 특수한 정신적 사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과제는 첫째, 우리의 의식,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세계 밖에는 아직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어 끊임없이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고, 둘째는 그것을 알기 위하여 자아의식의 오만과 우월감을 버리고 경건하게 무의식을 관조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노자와 융』 이부영 지음, 2012, 한길사

  그림자는 무의식의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 이며, 그 어두운 인격 속에는 의식의 법과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온갖 ‘불순종’이 들어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속의 그러한 경향을 비판적으로 시인하고 실현할 수 있을 때 그림자는 의식과 통합되며, 그런 작업은 곧 불순종과 분노를 유도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자립성을 갖게 한다. 만약 윤리가 의미를 가지려면 유감스럽게도 다르게 하고 싶을 수 있음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림자는 그 탐구의 첫걸음일 따름이다. 자기 마음을 깨우치고 자기 자신의 전체를 실천하는 자기실현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림자의 의식화가 진행되면서 무의식에는 의식화해야 할 또 하나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난다. 마치 어두운 구름이 걷히면서 태양이, 달이 모습을 드러내듯이━그것은 융이 아니마, 아니무스라 부른 우리 마음속의 심혼(心魂)이다.

『그림자: 분석심리학의 탐구 1』 이부영 지음, 1999, 한길사

  우리는 왜 성장 변화하기 어려운가? 우리는 현재의 갈등과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고, 조화로우며 창의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오래된 반응 양식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일상을 반복하게 만든다.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모호한 경계를 세우며 무의식에 대한 접촉을 방해하고 변화에 저항한다. 변화란 변화의 이유와 변화에 대한 저항을 탐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내면 깊은 곳의 무의식을 다룸으로써 내면의 모든 층위가 조화를 이루며 완성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근원적인 변화이다.

  그림자는 자아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부끄럽고 열등하며 해결되지 못한 기억들로 이루어진다. 그림자란 육체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 활동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단서이며 무의식과의 만남 과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하는 관문이다.

  열기카드는 일상의 언어와 시적 언어를 포괄하여 사용한다. 일상의 언어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시키는 반복적인 반응의 양상을 드러나게 하며, 시적 언어는 편안하면서도 무게감있게 무의식에 새로운 의미를 각인한다. 열기카드가 단순히 의식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공감과 숙고를 통해 내면의 무의식 차원에 다다르는 울림을 담고있는 이유이다. 그림자의 벽을 지나 원하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전체적으로 의식을 통합시키는 돌봄의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