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 에세이

왜 우리는 나의 '그림자 작업’을 해야 하는가?
'’그림자shadow’는 개인의 무의식 또는 우리가 억압하고, 부정하고, 해리시키고, 내 것이 아닌 양 제켜놓은 심리적인 실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불행하게도 이 실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고통스러운 신경증, 강박관념, 두려움, 그리고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통스러운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확하고 건강한 셀프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 실체를 노출시키고, 친숙해지고, 자기 것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분노나 공격성에 대한 자신의 느낌 때문에 힘들어 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하자. 보통사람이라면 화를 내거나 심하게 짜증을 부릴 상황에 처해도, 이 사람은 번번이 자신의 분노를 억압하고 그것을 느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단지 누군가에게 옮겨지거나 투사된다. 그 결과 그는 자기의 분노를 투사한 그 사람이 지독하게 화를 내는 것을 본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분노임을 알 길이 없다. 그것은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분노인 것이다. 만약 그의 상관이 그에게 불을 뿜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는 풀리 꺾이고 대단히 우울해질 것이다. 자신의 분노는 이미 억압되어 있고, 자기 것이 아닌 양 제쳐져 있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 소외감과 우울증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이 사람의 그림자 상자가 이 사람의 삶을 불행하게 이끌고 가는 동안, 분노가 이렇게 슬픔이 된다.’
                                                                                          -출처: 『켄 윌버의 통합비전』  켄 윌버I정창영 옮김 김영사 
 
미국의 통합심리학자 켄 윌버는 자신의 저서에서 위와 같이 그림자 작업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윌버의 이론대로라면 내 주변에 아무 맥락 없이 산재해 있는 어떤 상황이나 사건 또는 사람에 대하여 일단 내 얼굴 앞으로 데려와 마주해봐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를 거쳐 다시 만나는 내 자신은 받아들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아는 새로운 내가 비로소 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