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 에세이

창조적 경험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전통과 관습에 맹목적으로 매몰되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은 의식적으로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 정신은 어떤 확실성도 고정된 기준도 없이 수 많은 시도와 유혹들로 이루어진 방황만 존재하는 ‘시도의 시절’을 끝까지 견뎌낸다. 자신의 삶을 실험하는 자유로운 정신은 항상 도중에 존재한다. 그는 여행자가 아니라 전망의 부단한 변화에 익숙하고 타자에 대한, 다르게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개방으로 자신을 이끌어가는 방랑자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태영 옮김, 2017, 책세상

  우리가 더 많은 경험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이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불안한 현대인들이 찾는 마음의 평정은, 폭넓은 경험을 통해 내가 속한 세계를 이해하고 풀어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터득해가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는다는 면에서 전통적 지식이나 신과의 소통보다 개인적 경험이 우위를 얻은 셈이다.

  경험은 특정한 상황에서 발현되는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직면함으로써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게 한다. 창조적 경험이란 자발적이고 도전적인 의지를 기반으로 이전의 익숙하고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확장된 세계에서 자신을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성장의 계기가 된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허구 세계를 가깝게 접하게 되었다. 가상 공간은 허구성, 불확실성,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확장성, 다양성, 가능성을 제공한다.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한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때로는 경쟁한다. 영화나 게임 속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의 경험을 투사하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기도 한다. 과학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창조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정당화하며 부추긴다. 그러나 가상 공간이 경험의 폭을 넓혀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의미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열기카드는 ‘지금-여기’를 다양성이 피어나는 실재적이고 창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금기시되었던 선택들이 펼쳐지며, 그 속에서 억압되었던 의식과 개인의 서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열기카드는 배제되었던 내적 상호작용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의식 차원과 관계 모형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연결하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의미구조 위에서 온전한 주체성을 경험하는 스토리의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