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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 에세이

도(道)가? 아니 사람이!


이소, 2017-07-08, 조회수: 811


논어에서 공자는 '도가 사람을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넓혀준다(人能弘道 非道弘人)'고 한다

이는 흔히 도(진리)를 알면 내 삶의 지경이 넓혀지리라 여기는 상식을 흔들만한 말이다

이 말을 성경 말씀에 적용한다면, '하나님(말씀)이 나를 구원하여 천국에 이르고 

또한 나의 믿음이 하나님 나라를 더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로도 와 닿는다 

그래서 아래의 글인 『장자』의 '포정해우(包丁解牛)'에서 인간이 어떻게 

일상 경험의 기술로서 도를  넓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인용해본다.

 


문혜군이 말했다.

", 훌륭하도다! 기술이 이런 단계에까지 이르다니!"

[요리사 정이 말했다.]

"신이 마음을 쓰는 것은 도()일 뿐입니다. 제게 기술은 뒷전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가르기 시작했을 때에는 어디를 보든 소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삼 년이 지나자 소가 온 마리로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 속에 깃들어 있는 신묘한 힘을 접촉하고, 눈으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감각으로 멈춰야 할 곳을 알고, 신묘한 힘이 가는 대로 따르려고 할 뿐입니다. 하늘이 구성해 놓은 것[天理]에 의지하고 큰 틈새를 따라 가르며, 큰 구멍이 이끄는 대로 저를 맡기고 본래부터 그러한 바를 따릅니다. 단단한 뼈는 말할 것도 없고 인대나 힘줄도 결코 건드리지 않습니다. 좋은 요리사는 칼을 일 년에 한 번 바꿉니다. 세게 내리쳐서 가르기 때문이지요. 보통의 요리사는 한 달에 한 번 바꿉니다. 마구 후려쳐서 부서뜨리기 때문이지요. 지금 제 칼은 십구 년이 되었고 소를 수천 마리나 해체 했지만, 칼날이 숫돌에서 막 갈아낸 것 같습니다. 저 소의 관절에는 틈이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것을 틈 있는 곳에 넣으면, 더 물어볼 것도 없이 칼날을 놀릴 충분한 여유가 생깁니다. 이것이 제가 십구 년이나 칼을 썼는데도 칼날이 숫돌에서 막 갈아낸 것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저도 복잡하게 얽힌 부분에 맞닥뜨릴 때면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러운 태세를 갖추며 그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움직임의 속도를 늦춥니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칼 놀림을 미세하게 하지요. 그러다 일격에 얽힌 곳이 풀어지니, 마치 흙덩이가 땅으로 툭 떨어지는 듯합니다. 그러면 저는 칼을 들고 일어서서 당당하게 모든 이를 빙 둘러보고는 어물쩍거리면서 흡족할 때까지 승리를 만끽합니다. 그런 뒤에 칼을 닦아 거두지요."

문혜군이 말했다.

"훌륭하도다! 요리사 정의 말을 듣고 나는 생명을 기르는 방법을 알았다."

                                 -『장자』엥거스 그레이엄 해설 및 편역, 김경희 옮김, 이학사 pp.163-164에서-

 

위의 글과 함께, 나는 우리 실생활에서 매 순간 벌어지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나 혼자 있어도 또 다른 나 자신과 관계를 하니 인간 삶의 매 순간은 관계의 연속이라 볼 수 있다

그 관계의 매개가 되는 언어, 말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할까

'유기진도(由技進道)' 기술로서의 도를 이루는 섬세한 정성()은 

어떻게 진리를 또는 하늘의 도를 넓히는 것이 될까?  

일찍이 맹자도 부동심을 키우는 방편으로 호연지기와 지언(知言)을 말한 바 있다

말을 알 뿐만 아니라 그 상대의 말 외적인 기분의 언어까지 내가 알 수 있다면 또 느낄 수 있다면

지언을 통한 부동심으로 상대를 오해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의 포정해우에서 '두께 없는 것을 틈 있는 곳에 넣으면으로 관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흔히 관계의 어려움'두께 있는 것을 틈이 없는 곳에 넣으니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즉 상대의 말을 오해한 두꺼운 내 가치의 언어로 

상심(傷心) 중에 있어 보살필 틈이 없는 상대의 마음에 들이대니 어찌 문제가 없을 수 있겠는가

즉 두께가 없는 칼, 말을 하려면 나는 무엇을 살펴야 할 것인가를 세심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틈에 적절히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또한 항상 살펴야 한다

아주 소심하고 세심하며 예민하게 순간을 관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두께 없는 칼 즉 지언의 말을 부단히 연마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관찰의 정성은 결국 나를 위한 배려로 내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포정의 칼처럼 상처 받아 무디어지는 일 없이 항상 나로서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내 생활에 항상 함께 한다면

내 말 한마디로 세상의 도를 넓히는 인능홍도(人能弘道)의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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