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임금이 숙(儵)이고,
북해의 임금이 홀(忽)이며,
중앙의 임금이 혼돈(渾沌)이다.
숙과 홀이 수시로 함께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잘 대접하였다.
숙과 홀은 혼돈의 덕에 보답할 것을 의논하면서 말하였다.
“사람에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만이(이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구멍을 뚫어주기로 하자.”
하루에 한 구멍씩 뚫으니
7일이 되자 혼돈이 죽었다.
-『장자』 내편, 장자지음, 김창환 옮김, 을유문화사-
『장자』내편 중 '응제왕'의 마지막 장이다.
북해의 '곤'이라는 작은 물고기 이야기로 '소요유'에서 시작된 장자는 혼돈의 사망으로 장자 내편을 마무리한다.
이 장에서 '七日而渾沌死'라는 구는 특히 내 가슴에 남아, 내가 하려는 일의 시도들을 다시 보도록 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오늘은 '숙과 홀이 수시로 함께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가 다가온다.
숙과 홀을 잘 대접하는 '혼돈의 땅'의 영역은 어떤 지점일까?
어쩌면 인간의 가치 기준 이전의 '진리', '도', '무극'등 음양의 이분법 이전의 홀황한 상태가 아닐까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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